요즘 같은 시대에 왜 100만원이 넘는 DAC 앰프를 사야 할까요? 제가 처음 FiiO K17을 접했을 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 기기를 데스크톱에 올려놓고 음악을 틀자마자 모든 의문이 사라졌어요. 평소에 들었던 그 노래가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졌거든요. 악기 하나하나의 위치가 선명하게 구분되고, 보컬의 미묘한 호흡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는 경험은 정말 값진 것이었습니다.

FiiO K17의 핵심은 단연 AKM의 플래그십 DAC인 AK4499EX 칩셋입니다. 이 칩셋은 기존 AK4499보다 30% 이상 개선된 성능을 자랑하는데, 특히 고해상도 음원 재생 시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제가 DSD512 파일을 재생해봤을 때는 마치 콘서트 홀에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에 깜짝 놀랐어요. 보통 이 급의 DAC 칩은 훨씬 더 비싼 기기에나 탑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FiiO K17의 가성비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FiiO K17의 또 다른 매력은 그 컴팩트한 크기입니다. 일반적인 하이엔드 DAC 앰프들은 상당히 큰 편인데, K17은 데스크톱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요. 제 작업공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 모니터 옆에 깔끔하게 자리 잡은 K17 덕분에 공간 활용도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 케이스는 단단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전면 패널의 OLED 디스플레이는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FiiO K17은 USB, 옵티컬, 코액시얼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지원합니다. 제 경우에는 맥북과 USB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는데, 드라이버 설치 없이 바로 인식되어 편리했습니다. 또 블루투스 5.1을 지원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도 가능한데, LDAC 코덱 덕분에 무선으로도 꽤 괜찮은 음질을 즐길 수 있어요. 특히 이 기기의 헤드폰 앰프 출력은 1500mW@32Ω로 상당히 강력한데, 제가 가진 HIFIMAN Arya 같은 하이엔드 헤드폰도 거뜬히 구동시킬 수 있었습니다.

약 115만원이라는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AK4499EX DAC를 탑재한 다른 기기들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FiiO K17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해요. 특히 이 가격대에서 듀얼 DAC 구성과 THX AAA 788+ 앰프 기술을 모두 제공하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물론 처음 하이파이 오디오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지만, 이미 중급기기를 사용하시던 분들이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에 딱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FiiO K17 구매 전 꼭 확인해야 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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