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무더운 여름. 습하고 찝찝한 날씨에 기분까지 축쳐질 때쯤, 나는 늘 향수로 위안을 찾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아뜰리에페이 베이비피치를 만난 이후로는 말이다. 상큼하면서도 은은한 복숭아 향기가 공기 중에 퍼질 때마다, 여름이 주는 불편함보다는 기쁨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아뜰리에페이 베이비피치를 처음 뿌렸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달지 않은, 마치 잘 익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그 상큼함이었다. 다른 과일 향수들과는 달리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향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처음 5분 정도는 생복숭아의 싱그러움이, 그 후로는 살짝 크리미해진 복숭아 우유 같은 향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지속력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아뜰리에페이 베이비피치는 은은하게 오래 간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손목과 목 뒤에 살짝 뿌려두면, 점심시간까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고, 옷에 뿌려두면 저녁까지도 은은하게 남아있다. 특히 여름에는 땀과 섞이면서도 향이 변질되지 않는 게 놀라웠다. 다만, 매우 강렬한 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할 것 같아.

이 향수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내 동생(20대 남자)이 한 번 뿌려보더니 자기 것이라고 가져가려고 했을 정도. 복숭아 향이지만 지나치게 여성스럽지 않고, 상큼함과 청량감이 강조되어 있어서 남성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데일리로 쓰기 정말 좋은 향수다. 아뜰리에페이 브랜드의 다른 제품들도 그렇지만, 이 베이비피치 역시 중성적인 매력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정도 사용해보니 몇 가지 꿀팁이 생겼다. 첫째, 샤워 후 미지근한 피부에 뿌리면 향이 더 오래 간다. 둘째, 여름에는 얼음물에 향수를 두세 방울 떨어뜨려 얼굴에 스프레이하면 시원함과 향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셋째, 머리카락에 직접 뿌리기보다는 빗에 살짝 뿌려서 머리를 빗으면 더 자연스럽게 향이 배인다. 가격대는 3만 원 중후반대로, 용량(30ml) 대비 나쁘지 않다. 다만 향이 마음에 들면 큰 용량으로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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